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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화, 자유 분방하면서도 전복적인 조형언어





민화에는 작가의 서명이 존재 하지 않습니다. 누구의 작품이라는 것을 내세우기보다는 소박하면서도 자유로운 정신과 마음을 화폭에 담았습니다. 그동안 무명의 못 배운 사람들의 작품이라는 천대를 받았지만, 해학적이면서도 정겨운 민화의 매력이 새롭게 조명 받고 있습니다. 


이번 판타지아 조선 전시에서는 화조도에서부터 문자도와 책거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민화를 한 자리에 볼 수 있습니다.  옛그림이지만 그 자유분방한 사고와 해체된 구성 양식에서는 마치 새로운 차원의 세계처럼 현재의 입장에서 보아도 앞서나가는 발상과 유쾌함을 느껴봅니다.


<김세종민화콜렉션 - 판타지아 조선> 전시는 다음과 같이 구성되어 있습니다. 


- 꽃피고 새 날아 오르니 : 화조

- 산도 높고 물도 깊다 :  산수, 관동팔경, 소상팔경

- 사람 사는 동네마다 이야기는 끝이 없고 : 고사, 구운몽, 삼국지

- 기리고 비옵나니 : 무신, 도석, 서수 (까치호랑이, 운룡)

- 글자마다 꿈을 담아: 문자도 

- 내일을 그리다 : 책가와 책거리 



세계의 안팎을 하나로 넘나들면서 꿈꾸는 새로운 책거리 세상




옛날 사람들에게 책은 귀하디 귀한 존재였습니다. 인쇄술이 발달하지 않아서 한권의 책을 만들기에도 시간이 많이 걸렸고, 한 권의 책을 소장하는 것도 쉽지 않았습니다.  책 자체가 부귀영화와 지식과 명예를 상징하던 시절, 책과 관련된 물건들을 화폭에 곱게 담았습니다. 꽃과 과일, 안경이 엉켜져있는 구도가 흥미롭네요. 





사물의 입체 형태가 기본 투시도법과는 다르게 또다른 평면 안에  그려져있습니다. 원근법도 거리와는 상관없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크게 그리는 식으로 그린 사람이 생각하는 각 사물들에 대한 마음의 무게를 크기에 의거해서 추측해볼 수 있습니다. 






조선민화는 현대미학이론으로 해석이 불가능한 불가사의한 미의 세계가 있다. 하늘에서 떨어진 그림같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독특한 미지의 미의 세계가 있다. 이 그림이 세계에 알려지는 날이 오면 세상은 큰 충격에 빠질 것이다. 


- 일본 미학자 야니기 무네요시




문자도는 '효제충신 예의염치'라는 조선 통치사상이 글씨와 그림 한 몸으로 조합된 제3조형언어입니다. 주로 병풍에 그려졌고, 각 글자가 뜻하는 의미를 글자에 함께 표현함으로서 풍부한 이야기를 담습니다. 유교의 정신을 계속 헤아리면서 생활속에서 지키려고 했었던 옛 선조들의 마음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각 글자에서 표현되는 상징물과 그 유래가 된 고사는 다음과 같습니다. 


효 : 잉어, 죽순 (효자 맹종과 왕상) 

제 : 옥매화, 할미새 , 집비둘기 (형제간의 우애를 상징)

충 : 대나무, 새우, 용 (어병성룡)

신 : 파랑새 ,복숭아 (왕림고사)

예 : 거북이 (하도낙서)

의 : 한쌍의 새나 꿩 (삼국지 도원결의)

염 : 봉황 (봉황은 수천리를 날다가 배가 고파도 조 따위는 먹지 않는다)

치 : 매화와 달 (백이와 숙제의 천추청절 수양매월)


같은 한자와 메타포를 작가의 기질에 따라서 다양한 변주로 표현되는 문자도를 작품별로 비교하면서 감상하는 즐거움이 있었습니다. 마치 같은 주제를 계속 변형하여 연주하는 변주곡(Variations)을 눈으로 보면서 듣는 기분이 들었네요. 






그 자체로서는 항상 어중간하고 존재감이 빈약한 

미완성풍이면서도, 생활 장면으로 돌아왔을 때, 

그 상호관계 속에서 비로소 완성되고 성불하는 

그러한 구조체를 지닌 것, 그것은 무엇인가의 의미의 완결체라기 보다는 그 도래를 가능케 하는 구조적 역할을 도맡은 열려진 조직 


- 이우환



꽃과 새를 그린 '화조' 섹션에서는 평화롭고 아름다운 태평성대의 소망이 화폭에 담겨져 있습니다. 





전형적인 꽃과 새의 모습 말고도 평창올림픽때 화제가 된 인면조의 해학스러운 모습도 발견하였습니다. 





장엄한 산의 위대한 풍경을 강조하는 진경산수화의 풍과는 달리, 민화에서 표현하는 산수화는 마치 만화를 보는 듯 사람의 캐릭터가 익살스럽게 강조되어 있습니다. 산 또한 사람이 생활하는 장소의 백그라운드 정도의 느낌이라고 할까. 자연과 함께하며 놀이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정겹네요. 







그 밖에도 고사, 구운몽, 삼국지처럼 이야기를 8컷의 병풍속으로 담아둔 작품과 무신, 까치호랑이, 운룡처럼 삶과 죽음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들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작품들도 판타스틱 조선에서 감상할 수 있었습니다. 





영화가 빛과 그늘, 형상을 율동미화하는 예술이라 할 때 다시점, 컬러, 구성주의를 중핵으로 건물과  

인물 사물을 뒤집고 마구 비틀어 배치해내는 8폭 병풍의 유기적인 공간경영은 영화보다 더한 판타지공간이다.







본 전시의 의미중 크게 다가온 것은 이 수많은 컬렉션이 모두 한 사람의 애정과 노력으로 이루어졌다는 점입니다. 최근 전시중인 니키드상팔전 마즈다 컬렉션 처럼, 김세종이라는 컬렉터의 이름이 함께 언급되면서 개인 소장전이 국립 박물관에서 진행해도 됬을법한 수준 높은 컬렉션으로 소개가 되었다는 점이 애틋하고 감사한 전시입니다. 




민화를 수집하면서 전문가들로부터 시류에 뒤떨어진 허접한 것을 수집하는 사람으로 취급받아 왔다. 

또한 서양화나 현대미술 작품을 수집하는 컬렉터의 멸시와 조롱 또한 많이 받아왔다. 그러다 보니 오기 아닌 오기가 생겨 수집을 멈출 수 없었고, 언젠가는 꼭 민화가 세계의 문화가 되는 그 날을 위하여 작은 힘이지만 최선을 다해야겠다고 생각하며 여기까지 오게 되었다. 


- 김세종



민화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도 이해하기 쉽도록 전시 곳곳에 민화 관련 설명이 자세하고 흥미롭게 풀이 되어 있었고, 민화에를 다양한 주제와 작품을 한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었던 전시였습니다. 이 전시를 통해 민화의 멋과 그 가치를 새롭게 조명 받을 수 있었으면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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