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에르베 튈레 색색깔깔전 :: 냥냥이의 아틀리에

프랑스 일러스트레이터인 에르베 튈레 (Herve Tuller)의 회고전이 예술의 전당에서 열리고 있습니다. 일러스트에서 부터, 책, 영상, 상업적 결과물에서 창의적 교육물까지 그의 다채로운 작업 세계와 더불어 과정과 작가의 철학까지 한번에 조망할 수 있는 전시였습니다. 



이번 전시는 단순 일러스트레이터의 전시가 아니라 '창의 예술'이라는 키워드를 사용하고 있는 점이 특징입니다. 에르베 튈레가 어린이의 그림책과 워크숍 작업을 활발히 했던 것 처럼 전시 공간 곳곳에 책을 보고 종이를 붙이고 영상 앞에서 뛰어 놀 수 있고 그림을 그릴수도 있는 다양한 참여형 공간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또한 에르베 튈레가 기획했던 창의예술 아틀리에 워크샵도 진행되고 있으니 어린이들한테 좋은 체험의 시간이 될 듯 싶네요. 



에르베 튈레가 색과 형태를 자유롭게 다루며 매력적인 일러스트를 만들어 내는 시각적인 재능도 놀랍지만 종이라는 형태를 실험하고 연구하며 끊임없이 새로움에 대해 연구해왔다는 점이 가장 인상적이고 놀라웠습니다. 



특히 종이를 그 위에 그림을 그리는 단순한 재료가 아니라 하나의 개념으로 생각하면서 그리고, 구기고, 찢고, 자르고, 스카치테이프로 붙이기도 하면서 실험 대상으로 놀이처럼 다루고 있습니다. 

전시의 첫 섹션은 작가의 아틀리에로 시작된다. 작업실 공간을 차지하고 있는 다양한 오브제들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에르베 튈레는 작가로 활동하기 전 10여년동안 광고 업계의 아트 디렉터로 활동했다고 합니다. 91년부터 일러스트레이터의 경력을 시작하면서 에르메스, 이세이 미야케 등 세계적인 브랜드와 협업하기도 했다. 그의 일러스트 작품에서는 자유분방한 활기가 항상 느껴집니다. 


그림에서 느껴지는 액티브한 에너지의 무드는 찾아볼 수 있지만 정형된 스타일을 고수하지 않는다. 탐구 대상에 따라서 이런 저런 다른 형식과 스타일을 추구했던 작가정신을 볼 수 있습니다. 







작품 숲 섹션에서는 일반인과 함께 종이를 갖고 워크샵을 진행했던 결과물을 마치 숲을 거니는 것 처럼 꾸며놓았습니다. 한장의 종이가 예술로 변화하고  그것이 관람객과 공감하는 과정을 느껴볼 수 있습니다. 




에르베의 첫 번 째 책은 '아빠는 엄마를 어떻게 만났을까?' 입니다. 전시에서 그림책과 관련된 원화를 만나볼 수 있습니다.





볼로냐아동도서전에서 논픽션부문상을 받으며 전통적인 서술방식에서 탈피해 '서술(narration)보다 방법(path)을 선호한다는 평을 받은 '혼동하지 마요' 그림을 통해 에르베 튈레의 독특한 논픽션 언어를 느껴볼 수 있습니다.





에르베 튈레가 '블롭 Blop'이라 부르는 네잎 클로버와 유사한 형태의 연작 시리즈가 있다. 형태를 넘어서 캐릭터를 부여한 느낌입니다. 






에르베 튈레는 80여권의 책을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그는 책을 놀이의 개념으로 승화시킵니다. 2010년에 출간되어 전세계적으로 큰 센세이션을 을으킨 '책 놀이'는 오직 노란색, 파란색, 빨간색 3개의 점만이 등장하지만 책을 넘길 때마다 형태의 움직임을 어떻게 상상하느냐에 따라서 마술처럼 변화하는 효과를 느끼게 됩니다. 




"책은 놀이와도 같습니다. 시각적 놀이, 마음의 놀이, 손가락이나 몸짓 또는 빛과 그림자를 이용한 놀이, 어린이의 세계와 어른의 세계가 주거니 받거니 하는 놀이와 같습니다. 책은 온갖 종류의 감각에 자극을 주면서 대화와 실험과 창조의 가능성, 결국에는 지식을 습득하고 작품을 얻을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줍니다. 놀이를 포용하는 것이야 말로 배움에 있어 최고의 방법이 아닐까요?"






전시 마지막 섹션에 캐릭터에 그림을 색칠하면 그 그림이 화면으로 투사해서 움직이는 인터렉션 작품이 특히 흥미로웠습니다. 관객 모두가 아티스트가 되어 함께 참여하는 유쾌한 시간이었습니다. 





에르베 튈레의 인터뷰에서 '앗!하고 놀라는 순간'을 만드는 것을 좋아하는 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매 순간이 앗하고 놀랄 수 있는 새로움과 재미, 유쾌함을 추구한 작가였습니다. 그의 작품을 통해 나 또한 '앗!'하고 놀랄 수 있었으니, 이 얼마나 앗!한 교감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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